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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빳빳한 베레모를 쓴 군인이 별다방에 들어 왔다.

한번 자리를 본 뒤, 쭈뼛쭈뼛 돌아다니다 결국엔 구석 창가 자리에 앉는다.

이미 익숙했던 사회였는데, 아직 빳빳한 군복 때문인지 괜히 낯설다.

그렇게 한 동안 앉아 있다가 단발 머리를 한 여자를 보며 반긴다.

그 둘은 이미 알고 있다. 그들이 오늘 무얼하려하는지.

이내 얘기를 하다가 여자가 군복처럼 빳빳한 냅킨으로 눈물을 닦는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마시지도 못한 커피만 바라보고 있다.

남자도 끝내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코 끝을 매만진다. 그렇게 서로를 한 동안 바라본다. 

멀지도 않은데 지구 반대편을 갔다가 돌아온 듯, 그 동안의 얘기를 한다...

이 둘은 알고 있다. 오늘, 둘의 사이를 정리한다는 걸. 그리고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약속들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단 걸.

이제는 서로 한 곳이 아닌 창가를 바라본다. 서로 다른 시선으로 다른 곳을...

그렇게 마지막이자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듯 서로가 챙겨온 무수한 것들을 주고 받는다.

나는 안다. 이 끝이 결국은 거름이 되어 또 다른 시작을 가져 온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