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2025년 회고를 써본다. 매년 회고를 쓰다 보면 비슷한 말을 반복하게 된다. 아직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많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겠다는 말들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래도 예전과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제는 적어도 1인분은 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거창한 자신감은 아니다. 어떤 시스템이든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전부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문제가 생겼을 때 현재 상태를 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고, 당장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임시방편으로 대응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도를 1인분이라고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아무것도 못하고 서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 같다.
2025년 연말 대응을 혼자 했던 것은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 기존 프로젝트가 어떤 상태인지 판단하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정도는 되었다. 부담도 있었다. 내가 제대로 보고 있는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불안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잘 넘겼던 것 같다.
2025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Flink 애플리케이션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전 회사에서도 Flink를 사용해본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확인하고, 동작 방식도 이해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Flink 애플리케이션의 동작 원리를 생각보다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이전에 공부했던 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Flink 애플리케이션의 상태 저장에 RocksDB를 사용하고, RocksDB가 결과적으로 LSM Tree 저장 방식을 쓴다는 점은 예전에 공부했던 내용과 이어졌다. 당시에는 그 공부가 어디에 쓰일지 정확히 몰랐다. 그런데 실제 업무에서 개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 안도한다. 내가 했던 공부가 전부 흩어진 것은 아니구나 싶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Flink를 다루면서 기억에 남는 장애도 있었다. task slot을 늘리면서 장애를 냈다. 기존에 1로 운영하던 값을 2 이상으로 적용했는데, 하나의 JVM 안에서 두 개의 task가 돌면서 동시에 접근하는 변수 때문에 로직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설정값 하나를 바꾼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애플리케이션이 기대하고 있던 전제가 깨진 셈이다.
이 경험은 꽤 오래 남았다. 병렬성을 높이는 일은 단순히 리소스를 더 쓰는 문제가 아니었다. 애플리케이션 코드가 어떤 상태를 공유하는지, task가 어떻게 실행되는지, JVM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까지 같이 봐야 했다. 좋은 경험이라고 말하기에는 장애를 낸 일이지만, 이 일 이후로 Flink 애플리케이션을 조금 다르게 보게 되었다.
기존 프로젝트에서도 일을 했다. 사실 모든 일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래도 Hadoop의 작은 파일들에 대한 모니터링 대시보드 구성까지는 끝냈고, 리포트 v2 작업도 같이 진행했다. 회고를 쓰면서 이런 일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왜 했는지 흐려진다. 결국 내가 남겨두지 않으면 경험도 같이 희미해진다.
2024년에는 이직 이후의 적응을 많이 이야기했다. 2025년에는 업무 진행 방식과 방향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 처음처럼 모든 것이 낯설지는 않다. 다만 회고나 플래닝 같은 일에는 아직 100%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은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지만, 회사 전반의 플랫폼은 여전히 어렵다. 언어의 장벽도 있다. 단순히 번역문을 읽는 문제가 아니라, 맥락을 따라가고 문화와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아직 쉽지 않다.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나는 아직 시스템에 충분히 기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하겠지라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어떤 문제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시스템의 가용성을 유지해야 한다면 작은 이상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이 항상 그 기준을 따라가지는 않는다. 이 부분이 2025년의 아쉬움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더 예민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알아차리는 것도 중요하다. 2026년에는 이 감각을 더 키워야 한다. 단순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의 상태를 더 잘 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2026년에 가져가고 싶은 목표를 크게 정해두지는 않았다. 다만 요즘은 AI Agent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더 생각해보고 싶다. 단순히 코드를 편하게 작성하게 해주는 도구로만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일을 이해하고 정리하고 검증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직은 막연하다. 그래도 이 변화는 놓치지 않고 따라가보고 싶다.
2025년을 정리하면, 대단한 성취를 한 해라기보다는 조금씩 일을 감당할 수 있게 된 해였던 것 같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르는 것이 많고, 더 깊게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이제는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1인분은 하고 있다. 2026년에는 그 1인분을 더 안정적으로, 더 깊게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